지난 여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해 반일 감정이 다시 확산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올해 일본 여행은 활황이고, 과거 일본차 불매 운동 때와는 너무 다르다. 이 선택적 반일에 대한 단상을 적어 본다.
2019년 반일 감정과 일본차 불매 운동
먼저 4년전 상황을 보면,
2019년 7월, 일본 총리인 아베 신조가 대한민국에 대해 수출통제 조치를 취하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 한국에서 일어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다. – 나무위키
이 당시는 불매운동을 넘어서 일본차에 대한 ‘테러’, 일본차 차주에 대한 욕설까지 난무하는 비이성적인 상황까지도 발생했었다. 실제 일본차 판매량은 급감하고, 중고차 가격도 떨어졌다. 일본차 차주는 뒷유리창에 “일본차라 죄송합니다”를 붙이고 다닐 정도 였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다시 반일감정 점화
올 여름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하면서,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반대 의견이 있었다.
당연히 4년전과 같이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을 예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며칠전 기사를 보니 올해 일본차의 국내 판매는 작년 대비 급증했다.
미국차 지고 일본차 떴다…올해 한국 승용차 시장 – 2023.12.1. 문화일보
“일본 신차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1만8852대가 등록됐다. 이는 전년(1만3933대)보다 35.3% 급증한 수치다.”
게다가 올해 한국인의 일본 여행은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 오겹살 대신 일본 와규” 한일 하늘길 더 붐빈다 – 2023.12.3. YTN
연말 비수기 해외 여행 특수, 일본이 장악 – 2023.12.2. 주간한국
선택적 반일의 원인은 엔저?
지난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 때와 전혀 다른 올해의 상황은 어디에 원인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싸니까”라고 한다. 역대급 엔저 상황이고 100엔이 800원대까지 떨어졌으니 “제주 대신 일본”을 택한다는 것이다.
그럼 이전 불매 운동은 일본차 값이 싸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이미 타인이 소유한 차량에 침을 뱉고 훼손을 하는 행위는 무엇 때문일까?
그냥 돈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돼 버린게 아닐까?
오염수 방류 문제가 터지기 전인 올해 상반기에도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1위를 차지했다.
31일 한국관광공사·일본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312만9000명으로 한국을 찾은 일본인(86만2000명)의 3.6배를 기록했다.
방일 한국인 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상반기(386만3000명)와 비교해 81% 수준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방한 일본인(86만2000명) 수는 2019년 상반기(165만42000명) 대비 절반 수준인 52.1%까지 회복하는 데 그쳤다.
한국인은 올해 상반기 일본을 방문한 전체 관광객(1071만2000명) 중 가장 큰 비중인 29.2%를 차지했다.
그 당시(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현 정권을 친일정권이라며 욕했다. 그렇게 욕하던 사람들 본인도 일본여행을 가고, 주변에도 “지금 일본이 싸”라며 일본 여행을 추천한다.
현 정권이 잘하고 있다는게 아니다. 국민들의 말과 행동이 너무 달라서 하는 얘기다.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두가지 상황을 상상해보자.
먼저, 지금과 같이 대통령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막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상황을 보자.(이미 국민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있다.) 그런데, 국민들은 일본 여행을 열심히 간다. 그러면, 대통령이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를 들을까? 국민들이 더 우습게 보이지 않을까?
다른 상황으로, 우리 대통령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막고자 압박하고 있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외교적인 불이익을 감수하거나 또는 다른 것을 얻어낼 수도 있는 상황인데, 국민들이 열심히 일본 여행을 간다. 일본은 우리 대통령의 압박이 압박으로 느껴질까?
오염수 방류가 더욱 장기적으로 인류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이므로 더욱 심각한 사안임에도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많은 사람들이 “그건 그거고…”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엔화가 싸져서 일본 여행 비용이 저렴해진’ 이유로 오염수 문제를 잊는게 개인적으로는 여러가지로 자존심이 걸리는 문제라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현 영부인을 천박하다고 욕한다. 그 천박함은 우리의 것과 얼마나 다른가.